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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기사]

    [인터뷰] 한국사의 시간·공간을 축소한 조선사편수회

    우리 시대 가장 핫한 역사학자 이덕일 박사! 역사를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서 대중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입니다. 박사님의 바쁜 일정 때문에 E-mail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최근의 근황과 식민사학의 핵심 문제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진행 - 대한사랑 대외협력국장 최원호)


    Q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 설립 배경과 연구소가 하는 일이 궁금합니다.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는 1997년 중화 사대주의 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을 해체하고 우리 관점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자는 취지로 설립되었습니다. 이 목적에 맞추어 학문연구, 저술, 학술대회, 학술답사, 강연 등의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관점으로 한국사를 바라보는 정상적인 나라를 만드는 것, 이것 하나가 저희들의 큰 목표입니다.

    Q 올해는 3.1혁명 100주년, 광복 74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아직까지도 일제 식민사관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것이 현실입니다. 식민사관과의 전쟁에 앞장서 온 입장에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1945년 일제의 패망으로 이 나라는 외형적으로는 해방되었지만 내면, 즉 역사관은 여전히 중화 사대주의 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는 아직 식민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1혁명 100주년은 외형만 기념할 것이 아니라 ‘우리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한 그 취지에 맞게 우리 역사관을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Q 그동안 역사를 역사가의 손에서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활발한 대중 역사서 저술 활동을 해 오셨는데요. 지난 2009년에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을 내면서 한국사 왜곡을 널리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식민사학이 워낙 강고하다 보니까 전선戰線 자체가 형성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국민들이 식민사학이 아직도 주류인 현실을 인식하고 이것을 바꾸지 않으면 이 나라가 다시 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이것을 실천함으로써 독립운동가들이 세웠던 역사관을 이 나라의 주류 역사관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Q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을 보면 식민사관의 핵심이 한국사의 시간과 공간을 축소하는 문제라고 지적하셨는데요. 시간을 축소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일제 강점기 조선사 연구를 위해 설립된 조선사편수회의 서술 원칙은 단순합니다. 한국사의 시간을 축소하고 공간을 축소하는 것인데요. 한국사의 시간을 축소한다는 것은 국조 단군을 부인하고,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가짜로 만듦으로써 우리 역사를 1,500년 역사로 축소한 것을 뜻합니다. 일제는 『삼국유사』의 ‘석유환국昔有桓國(옛날에 환국이 있었다)’이란 구절을 ‘석유환인昔有桓因’으로 바꾸어 국가의 존재를 인물의 존재로 왜곡해서 우리 상고사를 신화화시켰습니다. 또한 단군은, 일연이 원나라의 침략에 맞서 민족주의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 창작한 인물이라고 조작했습니다. 단군을 부인함으로써 민족의 구심점을 무너뜨리고 한국사의 시작을 깎아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여기에 임나일본부설이 나오지 않는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김부식의 창작으로 몲으로써 임나일본부설을 살리고 고대 한국을 야마토왜의 식민지로 조작하는 한편 한국사의 시작을 서기 4~5세기라고 크게 축소시켰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사를 반만 년으로 알고 있지만 식민주의사관에서 주장하는 한국사는 1,500년밖에 안 되는 것이죠.

    오래 전 제 경험이지만 제가 중학교 때 봤던 시험문제 중 하나가 “다음 중 우리나라 최초의 고대국가는?”인데 저는 고조선을 썼더니 틀렸다는 것이죠. 고구려라는 겁니다. 현재 영미권 국가들에서 한국사를 1,500년 전후로 쓰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바로 일제 식민사관이 만든 한국사의 시간을 축소, 왜곡한 병폐가 아직까지 통용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Q 한국사 공간 축소는 무엇을 말하는지요?

    한국사 공간 축소의 문제는 반도사관을 말합니다. 한국사의 무대는 원래 대륙-한반도-해양을 아우르는 역사인데, 일제는 대륙과 해양을 잘라 한반도로 축소시켰습니다. 이것이 반도사관인데, 그 반도의 북쪽은 중국의 식민지인 한사군, 남쪽은 일본의 식민지인 임나일본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광활한 한국사를 반도사로 축소시키고 그 반도의 남북쪽을 모두 중국과 일제의 식민지로 만듦으로써 근대에 일제의 식민지가 된 것은 한국사의 당연한 귀결이라는 패배주의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사 공간의 축소화는 또 하나 특징이 만선사관滿鮮史觀입니다. 한반도는 한반도 독자만으로 역사가 발전할 수 없고 만주에 구속되어서 발전한다는 그런 논리를 말합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만주를 침략하기 위해 만든 침략사관 중의 하나입니다.


    Q 한사군과 임나일본부를 말씀하셨는데요. 최근에 내신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도 두 가지 핵심을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래에 있었던 임나일본부 관련 논쟁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이른바 강단의 고대사학자들은 총론으로는 임나일본부설을 부인하는 척하면서 각론에 들어가면 ‘가야=임나’를 주장하면서 변형된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합니다. 저를 고소했던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 같은 경우는 ‘가야=임나’라면서 임나의 강역을 조선총독부의 스에마쓰 야스카즈의 주장대로 경상도~전라도에 걸치는 제국으로 그려 놓았습니다. 그 임나는 백제가 지배했는데, 백제는 또 야마토왜가 지배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마포경찰서는 무혐의로 서부지검에 올렸고, 서부지검도 무혐의 처분했는데, 한때 동북아역사재단 파견검사였던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가 독단으로 기소해서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서부지법의 나상훈 단독판사가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가 2심에서 지영난 부장판사가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해서 뒤집었고, 대법에서도 무죄가 확정된 사건입니다. 1심에 충격받은 독립운동가 후손들 500여 분이 2심 재판부에 ‘건백서建白書’를 제출했을 정도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재판으로 봤습니다.

    Q 평소에 동북아역사재단의 문제점을 지적하셨는데, 동북아역사재단과 동북아역사지도사업 재추진 문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허성관 미사협(미래로 가는 바른 역사 협의회) 상임의장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동북아역사재단의 출발 취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내부를 식민사학자가 장악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국가기관이 된 것입니다.

    동북아역사지도사업 재추진 문제에 대해 겉으로는 과거의 동북아역사지도와는 다른 것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재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도형을 비롯한 인적 구성을 보면 결국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한국사 상像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도가 다시 탄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Q 일제 식민사관과 일란성 쌍둥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동북공정과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시진핑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것에 동북공정의 현주소가 다 들어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 주석이 역사문제, 즉 강역 문제를 직접 챙기는 나라입니다. 일본은 최근 교과서에 임나라는 표현이 대거 등장하고 독도를 자국령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거꾸로 강단 주류 사학계에서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상황인데, 식민사학자들이 해방 후 줄곧 써 왔던 역사우민화정책 때문에 대다수 사회 엘리트들과 정치가, 관료들이 역사에 무지한 상황입니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습니다.

    Q 끝으로 역사학자로서 국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합니다.

    중국과 일본은 역사왜곡을 하지만 한국은 왜곡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료에 있는 그대로만 해석하면 자연히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이 극복됩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저절로 극복되지는 않습니다.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나서서 바꾸어야 합니다. 누가 대신해 줄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바로 내가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떳떳한 나라와 사회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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