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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한민족 軍旗 서 모티브”

“욱일기, 한민족 軍旗 서 모티브”

김채수 고려대 교수 ‘알타이문명론’서 주장


문화일보 2013년 10월 31일(木)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가 사실은 한민족의 군기(軍旗)에 쓰인 ‘韓(한)’의 모조품 격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욱일기는 일본 군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기 진작 수단으로 사용했고, 전후에는 우익단체들이 전시태세를 취하기 위해 사용했다. 따라서 일본의 역사인식 퇴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여겨진다. 

김채수(64·일문학·사진) 고려대 교수는 “한·일 축구경기장에서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욱일기는 ‘韓’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韓’은 ‘아침 햇살이 찬란히 빛나는 모습을 나타내는 깃발’을 의미하는데, 욱일기는 그러한 이미지가 보다 강렬하게 형상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욱일기의 ‘역사적 원죄’를 없애주는 건 아니다. 김 교수 역시 “일본인들의 욱일기 사용을 ‘韓’의 게양 행위로 바라볼 수 있는 폭넓은 시각을 제시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교수의 이처럼 독특한 ‘욱일기 모방설’은 ‘알타이문명론’에 근거한다. 김 교수는 최근 알타이문명에 대한 최초의 단행본 ‘알타이문명론’(박이정)을 발간, 한·중·일 삼국의 민족·문화적 유대관계를 글로벌적 시각으로 고찰했다. 김 교수의 알타이문명론은 단군‘신화’로 방치해 둔 한민족(韓民族)의 기원을 찾는 과정이다. 그는 “동아시아 고대국가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게 바로 알타이문명”이라며 “지금은 하나의 민족적 시각(nationalism)이나 동일문화권적 시각(regionalism)을 지양하고 전 지구적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의미를 부여했는데, 욱일기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도 이 과정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알타이문명이란 기원전 2000∼3000년 사이에 유라시아대륙 중앙에 위치한 알타이 산맥 인근에서 형성된 청동기문명을 가리킨다. 이는 유라시아대륙 서쪽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기원전 3500년쯤 발생한 청동기문명의 동진(東進) 과정에서 형성된 후, 동아시아의 요하지역과 한반도, 그리고 일본 열도까지 전파됐다는 게 알타이문명론이다. 간단히 말해, 현재 우리가 단군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의 후손이라고 한다면, 단군조선은 바로 이 알타이문명의 영향하에 세워진 셈이다. 

김 교수는 “요하지역 청동기문명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고조선(기원전 2300년쯤)이 성립됐다”며 “단군왕검이 세운 나라는 요서, 즉 내몽골 부근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국내 고대사학자들이 한반도 북부 대동강 유역을 단군조선 설립지역으로 보는 것과 상이하다. 김 교수는 “요하지역과 한반도의 북부지역은 유라시아 초원로를 통해 구석기시대 이래 문화적·인적 교류가 끊임없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한반도 청동기문명도 요하문명 영향하에 생겨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반도 서북부의 민족은 요하의 요서지역에서 청동기문명을 일으킨 민족의 일파라는 입장도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 일파는 알타이지역에서 청동기 문물을 지니고 요하로 도래한 자들이다. 이를 근거로 김 교수는 “단군신화에서 말하는 단군왕검의 부친 환웅은 하늘에서 내려온 자가 아니라, 바로 이 도래인들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자칫 김 교수의 주장은 중국의 역사왜곡 프로젝트인 동북공정과 맞닿아 있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동북공정론자들은 요하문명 영향 아래 황하문명이 형성됐다면서 고조선 등 한반도의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알타이문명론에 의하면 요하문명을 일으킨 민족은 알타이어족(주어-목적어-동사로 구성된 SOV형 언어를 쓰는 민족)일 수밖에 없다”며 “그 부분에서 전혀 다른 입장 차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즉 위로 올라가면 중국 동북공정의 핵심인 요하문명의 주체는 결국 한(漢)이 아닌 한(韓)민족이다. 고조선을 일으킨 이 요하문명은 연차적으로 한반도에 삼한과 삼국을 탄생시키고, 일본 열도로 건너가 현재의 천황가를 주축으로 한 고대국가를 만들게 된다. 이 지점에서 다시 ‘韓’이 욱일기의 모태가 됐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는 해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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