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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양심세력의 반격…무라야마 담화 계승모임 발족

일본 양심세력의 반격…무라야마 담화 계승모임 발족

[한겨레] 교수·언론인·전직 외교관 등 참여

아베 ‘역사 부정’ 비판 거점 지향

“식민지배 반성은 일본인의 사명”

학술토론회·강연회 등 벌이기로


“죄송합니다.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올 줄을 모르고….”

11일 오후 3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모임’(이하 무라야마 담화 모임)의 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 일본 도쿄 시내의 참의원회관 지하 101호 회의실. 20여명 정도가 정원인 좁은 회의실 안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의 취재진 40여명이 몰려들면서 회의장 안은 발디딜 틈 없는 대혼잡 상황이었다. 행사의 사회를 맡은 후지타 다카가케 시민헌법조사회 사무국장은 “무라야마 담화를 둘러싼 현재의 정세를 보여주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은 지식인, 정치인, 언론인 등이 모여 무라야마 담화의 의미를 알리고 지키기 위해 결성했다. 무라야마 담화란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사회당 총리가 발표한 담화를 뜻한다. 그 전까지 일본이 내놓은 역사 관련 담화는 “지난 아픈 역사로 인해 받은 고통에 대해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받은 고통의 원인을 애매모호하게 처리한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무라야마 담화는 그 원인이 일본이 저지른 지난 ‘침략과 식민지배’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이를 사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4월 아베 신조 총리가 “침략엔 정해진 정의가 없다”고 발언한 것도 그 근저엔 무라야마 담화에 대한 불신과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무라야마 담화 모임은 이날 설립 취지문에서 “일본 군국주의에 의한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강하게 결의하는 것은 우리 일본인에게 부과된 역사적 사명”이라며 “이 담화의 정신을 계승해 미래로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임의 공동대표인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정치가 일본과 주변국들 사이에 파인 깊은 역사인식의 골을 메우려 한 매우 소중한 시도”라며 “이 담화에 반대하고 비난하는 정치적 조류에 대해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날 모임의 결성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발언 ‘침략 부인’ 발언으로 설화를 빚은 뒤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후 아베 총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등 정권 핵심 관계자들은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 핵심인 ‘침략과 식민지배’ 책임에 대해선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무라야마 모임은 당분간 본격적인 정치적 운동보다는 무라야마 담화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토론회나 강연회 등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일단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학술 토론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다카시마 노부요시 류큐대학 명예교수는 “아베 정권이 또다시 역사 부정 발언을 할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며 “그런 쪽에 거점이 될 수 있는 기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레바논 대사를 지낸 아마키 나오토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는 것이 일본의 안전보장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일본 국민들이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특정 정당이나 이데올로기에 편향되지 않은 모임으로 발전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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