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대한사랑 15호(202503)
P. 78
이 달의 논문
조선초기 시가류에 나타난 역사지리인식
(박인호 『한국사학사학보』46, 2022.12)
정리. 송옥진 기자
조선 전기 신왕조 개창에 따라 의도성을 가 을 파악할 수 있다.
진 관찬 역사서가 편찬되었다. 『고려사』와 『고 권근의 『양촌집』에 수록된 「어제시」와 「응제
려사절요』와 같은 단대사 외에도 단군에서부 시」에는 우리나라의 개국을 동이의 군주 단군
터 고려에 이르는 역사를 서술한 『동국사략』, 에 의한 것으로 상정하고 중국 요임금과 시기
『삼국사절요』, 『동국통감』 및 관찬 지리서인 를 같이함을 보인다. 이러한 단군에 대한 생각
『세종실록지리지』와 『고려사』「지리지」, 『동국 은 『제왕운기』의 전-후조선조로서의 단군-기
여지승람』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에서 보이 자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는 역사지리 인식은 조선초 관찬의 입장에서 유교적 합리성을 내세워 단군 천년 등의 주장
서술된 것이다. 이들 관찬사서의 조선 영역은 에 수정을 가한다. 특히 삼한을 삼국과 동일체
8도 군현 체제 속에서 당시에도 한반도 중심 로 보아 왕건에 의해 삼한이 통합, 이것이 조선
으로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조선이 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적고 있다. 그 위치에 대
체제적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공리적이고 패권 해서는 마한을 바다의 물가에 위치한 것으로,
적 측면보다 현실 안주적 측면이 강화되는 시 백제를 상정하는 것은 이후 『동국사략』에서 마
대적 흐름과 연결되어 있다. 반면 조선 전기 권 한=백제, 변한=고구려, 진한=신라설로 이어져
근, 권도, 권람의 3대는 역사를 시가의 형태로 기존 『삼국유사』 이래 정설이던 마한=고구려,
편찬했다. 권근의 『응제시』, 권도의 「동국세년 변한=백제, 진한=신라의 전통적 삼한관을 버
가」와 『용비어천가』 권람의 『응제시주』는 관찬 린 것이다. 권근의 입장에서는 명 황제에게 우
사서 편찬 이전 조선 초기 역사지리 인식의 형 리나라의 역사적 흐름을 알려 역사적 정통이
상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다. 어떻게 조선으로 이어지게 되었는가를 알리는
이들이 편찬한 시가류에서 보이는 역사지리인 것이 중요한 과제였고, 이 과정에서 삼한을 삼
식은 조선 초기 사상계의 다양성을 살펴볼 수 국으로 연결하되 마한을 기자와 연결하여 이해
있으며, 후일 편찬되는 관찬 사서와의 차별성 하고 기자의 유지로 대동강을 지목하는 모습
을 구명하여 조선 전기 사상사의 흐름과 동향 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우리나라의
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