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대한사랑 6월호
P. 68
이달의 논문
홍산문화로 읽는 고조선 시대의 제천의식 전통
- 임재해, 『고조선단군학』 제30호, 2006.8
정리. 송옥진 기자
고조선 이전 시기인 신시고국(神市 古國)이 지녔 원형 천제단, 거대한 적석총, 그리고 다채로운
던 종교적 제의체계와 철학적 세계관, 그리고 물 옥기들이 발굴되었으며, 이 유산들은 신시고국
질문화의 상징성을 통합적으로 고찰한다. 특히 의 제정일치적 제의 전통의 실질적 증거로 해석
홍산문화와의 연계를 중심으로, 환웅천왕의 제 된다.
천문화(祭天文化), 홍익인간 이념, 그리고 그에 수 우하량의 천제단은 3중의 동심원 구조로, 고
반된 생태적 인식체계를 해명하고자 한다. 대 암각화에 나타나는 태양 문양과 일치하며,
환웅천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손(天孫)으로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론적 인식을 반영하고
묘사되며,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 고대 사서 있다. 제단의 구조물은 해를 상징하며, 해는 곧
에 등장하는 신시고국의 개국자이다. 신시고국 천신으로서 만물의 생명과 존재를 가능케 하는
은 단군조선 이전의 고대 농경 국가로, 환웅은 창조자로 여겨진다. 이 제단은 단순한 건축물이
천신 환인의 뜻을 이어받아 하늘의 이념을 지상 아니라, 천손 정치 이념의 시각적 상징물이자 홍
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정치적·종교적 행 익인간 사상의 종교적 실천의 장으로 기능했다.
위의 중심에는 제천의식, 즉 하늘에 제사를 올리 또한 적석총의 정상부에 마련된 제단은 단순 묘
는 천제 행사가 존재한다. 이때의 제천의식은 단 지가 아니라 하늘 제사를 위한 장소였으며, 그
순한 의례가 아니라, 통치권의 신성성과 정통성, 위에서 환웅과 같은 천자는 하늘과 직접 교류하
생명 중심적 우주관을 구현하는 통합문화였다. 며 하늘 굿을 집행했다.
이러한 신시고국의 실체는 오늘날 중국 내몽 더불어, 홍산문화 옥기(玉器)의 상징성과 의례
골 자치구 적봉시 일대, 특히 홍산문화 유적지 적 기능은 신시고국의 철학과 정치이념을 보다
군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해당 지역은 ‘홍산 구체화한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옥기들은 실용
(紅山)’ 또는 ‘적봉(赤峰)’이라 불리는데, 명칭 자체 성과는 거리가 먼, 비실용적 조형물로서 대부분
가 붉은 태양과 밝은 산을 상징한다. 이 지명은 종교적 제기(祭器) 또는 신물(神物)의 성격을 띤다.
고대 태양숭배 사상과 ‘밝은 산’이라는 뜻의 태 특히 곡옥 형태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백산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하량 지역은 그 태아 시기의 형상과 유사하여, 모든 생명이 동일
중심 유적으로, 이곳에서는 삼중 동심원 구조의 한 근원에서 비롯되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