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대한사랑_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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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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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남아 있는 고려인들, 그                      음복의 시간. 긴 시간 공들여 차린 음식을 나

            리고 그곳에 남겨진 조상들. 그 모든 것들이 마                   누었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 한식이지만, 고
            음 한가운데 겹쳐졌다.                                 려인의 것이 된 음식들. 껍질째 익혀 올린 달걀

                                                         을 한입 베어 물었다.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맛

              신위에 적힌 글귀가 눈을 멈추게 했다.                      이었다.
                                                          그때 송영대 지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역만리에서 대한독립을 위해 온몸을
                                                         “아리랑을 부르고 싶습니다.” 원래 한식은 조
              바치시고, 강제 이주의 시련을 이겨내
                                                         용한 날이지만, 아리랑은 조용한 노래가 아니
              시며, 고려인의 이름을 빛내신 조상님.”
                                                         었다. 조상들이 먼 길 떠날 때 불렀던 노래,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술을 올렸다. 아이들도                    길을 걸으며 불렀던 노래, 남겨진 이들이 불렀
            조심스레 앞으로 나왔다. 절을 하는 어린아이                     던 노래. 목소리들이 하나둘 모여 합쳐졌다.

            들의 손이 아직 서툴렀지만, 그들의 작은 몸짓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이 또 다른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고려인 주민들이 절을 마친 후, 대한사랑의                     한없이 흐르는 듯한 노랫소리 속에서, 160년

            지부장들이 절을 했다. 보통 하듯이 절을 두 번                   전 떠났던 조상들의 발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했다. 옆에서 “세 번입니다.” 누군가 작은 목소                  그리고 그 발소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었다.

            리로 말했다. 고려인들은 절을 세 번 한다. 세                    올해 2025년에도 고려인 한식일 행사는 4월

            번 돌리는 술잔, 세 번 향을 올리는 손. 모든 것                 5일 토요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 세 번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작년 동지부터 올해 한식까지, 100일. 동지

            그것이 이국 땅에서 삼수문화, 삼신문화 등 한                    한식백오제라 하여 이 때를 당 해의 기운이 본

            민족의 전통을 지켜온 오래된 방식이었다.                       격적으로 들어오는 시기라고 한다. 고려인들의
                                                         삶에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

                                                         에도, 새로운 희망이 찾아오기를 두 손 모아 기

                                                         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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