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대한사랑_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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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현장 ④


               고려인, 각별했던


               한식 명절 합동 차례상



                글. 박유태 기자




              해마다 한식이 찾아오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건 역사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후손들이

            사람은 많지 않다. 설날과 추석, 단오와 함께                    여기에 모여 조상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네 개의 큰 명절이라 하지만, 지금은 그저 달력                    이날 초대받은 박찬화 대한사랑 연수원장

            위에 적힌 글자처럼 조용히 지나간다. 그러나                     은 “한식을 함께 준비한 지 10년이 되었습니
            이곳, 경기도 안산의 땟골마을에선 한식절이                      다. 저 먼 이국땅에서 매해 한식을 지켜온 것은

            너무나 소중하다.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라는 말을 전했다. 정

              한식날, 오후 다섯 시, 고려인문화센터로 모                   말 대단한 일이다. 그 시간을 견디고, 이어오는
            여드는 발소리들이 들렸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일. 기억한다는 것, 그 자체가 한 민족의 뿌리

            만나는 얼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여느 제사                     를 잇는 길이다.
            처럼 상을 차리는 손길들이 정성스러웠다.                        제사가 시작되었다. 가장 연로한 어르신이

              모두 모이자 김영숙 고려인문화 센터장이 입                    의전을 맡았다. 사람들은 하나둘 앞으로 나와

            을 열었다. “올해(2024년)는 고려인들이 연해주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느리게, 정중하게, 그
            로 이주한 지 160년이 되는 해입니다.” 160년.                리움을 담아.

            숫자 속에 억겁의 시간이 스며 있었다. 한 사람                    어떤 고려인 여성이 절을 하다 울음을 삼켰

            의 삶이 그러하듯, 민족의 시간이 그러했다. 멀                   다.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이마를 조아리며, 흐
            리 떠나야 했던 조상들, 머나먼 땅에서 목숨을                    느꼈다. 이국의 땅에 정착하는 일, 여전히 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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