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대한사랑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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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손기정과 남승룡을 비롯한 조선 선수들은 일본 선수단이 세계 귀빈을 초대
해 만든 마라톤 축하 파티는 참석하지 않고 같은 시간 조선인만의 축승회를 연 안봉근
(안중근 의사의 사촌) 집에 초대받아 갔다. 멀리 파리에서 유학하던 중 베를린으로 달려온
손기정의 손을 덥석 잡으며 이렇게 반가워했다.
“나는 손군이 단순한 운동선수라고만 생각지는 않네. 오늘 일본인들의 축하 파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를 나는 동포들의 모임에 나와 주었으니 이야말로 애국지사가 아닌가?”
손기정 선수는 서울로 귀국했지만, 제대로 된 환영 행사를 받지 못했다. 다름 아닌 <동
아일보> 일장기 삭제 사건으로 일제의 감시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손기정
은 스포츠 외교 및 체육행정가로서 활약하였다. 황영조, 이봉주와 같은 마라톤 선수를
키우는데 거름 역할을 하였다. 2002년 11월 15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별세하였고, 서
울 효창공원에 삼의사와 함께 안장되었다.
손기정 선수의 올림픽 당시의 여정(6.4.~10.17)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신의주에서 베를린으로, 배를 타고 베를린에서 경
성으로, 근 5개월 동안을 해외에 머무른 국내 최초의 세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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