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대한사랑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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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조선의 남아여!





              그대들의 첩보(捷報)를 전하는 호외 뒷등에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 못 할 감

              격에 떨린다. 이역의 하늘 아래서 그대들의 심장 속에 용솟음치던 피가 2천3백
              만의 한 사람인 내 혈관 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깊은 밤 전승의 방울 소리
              에 터질 듯 찢어질 듯, 침울한 어둠 속에 짓눌렀던 고토(故土)의 하늘도 올림픽

              거화(炬火)를 켜 든 것처럼 화다닥 밝으려 하는구나!

              오늘 밤 그대들은 꿈속에서 조국의 전승을 전하고자 마라톤 험한 길을 달리다
              가 절명한 아테네의 병사를 만나 보리라. 그보다도 더 용감하였던 선조들의 정

              령(精靈)이 가호하였음에 두 용사 서로 껴안고 느껴 느껴 울었으리라.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의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1936년 8월 10일 새벽,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 낭보가 실린 <조선중앙일보>
                                                               호외 뒷면에 쓴 심훈의 즉흥시이자 생애 마지막 작품






                                                       【제 1전시실】

                                                       첫 번째 세계인, 손기정 (생애 소개)

                                                       손기정은 1912년 8월 29일 북한 순

                                                       천에서 태어나 신의주를 오가며 학
                                                       교에 다녔다. 신발이 없어 여자 고무

                                                       신이나 다비(일본식 발싸개)를 신었다.
                                                       해일로 집이 몰락한 후에도 매일 20

                                                       리 길을 달리며 출근할 정도로 달리

                                                       기를 즐겼다고 한다.
                                                       손기정은 19세에 달리기를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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