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대한사랑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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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특히 이종휘의 『동사』는 부여를 단군의                   인식은 기원전 2~3세기에 건국된 부여의 지리
            아들이 봉해진 땅에서 시작된 나라고 서술하여                     적 위치를 길림성 동남부 지역 중심으로 이해하

            부여가 단군의 혈통을 계승한 국가임을 강조한                     였으며 그 대표적 유적을 길림시 동단산 일대,
            다. 『북부여기』는 더욱 구체적으로 북부여에서                    길림성 남부 서차구 유적, 노하심 유적으로 알려

            고구려로 이어지는 국통 계승 구조를 설정하며                     져 있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서 주장하는 부여의

            고조선 이후 부여를 중심으로 한민족사의 연결                     위치가 문헌 기록 및 고고학적 자료와 다르다
            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위만이 왕권을 탈취한                    는 일부 주장이 제기되었는데 예컨대, 『삼국지』

            사건과 최숭의 낙랑국 건설, 한강 이남의 새로                    의 기록에서 부여에 대한 특징은 책성, 순장, 적
            운 삼한 건국 등을 기록함으로써 고조선이 망                     옥, 미주, 옥갑 등인데 이 기록에서 언급되는 순

            하고 고구려가 세워지기 전까지의 한민족 역사                     장, 적옥, 옥갑 등의 유물이나 유적이 하나도 발

            인 BCE 230년(고열가 단군 퇴위)에서 BCE 50               견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록과 유
            년(고주몽의 고구려 건국)의 시기가 부여사라는                    물, 유적의 불일치는 원래 부여의 위치가 현재

            연결고리이며 국맥을 이음은 물론, 그동안 잘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부여의 위치와 다르기 때

            알려지지 않았던 부여사의 전모를 이해하는 데                     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견해가 있다.
            많은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과 중국의 사서에서 보이는 부여

              반면, 중국 사서에서는 부여를 자국 중심의                    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부여에 대한 역사 인식

            질서 바깥에 있는 주변 국가로 다루며 주로 지                    이 단지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서술자의 역사관
            리적 위치, 생활상, 제도 등을 객관적으로 기술                   과 국가 정체성에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삼국지』「동이전」에                  있다. 한국은 부여를 고대 국가의 기원으로 보
            는 부여의 위치와 인접 국가, 농업환경, 백성의                   고 민족 정체성과 계보 연결을 위해 강조하는

            외모와 성격, 관직 체계, 장례 풍습 등 구체적이                  반면, 중국은 부여를 변방의 이질 집단으로 인

            고 세부적인 정보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식하여 문화적 호기심 수준에서 기록하는 경향
            부여를 자주적인 문명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이                      을 보인다. 이러한 역사관, 국가 정체성 및 민족

            질적인 문화로 관찰하고 기술하는 태도에서 비                     서사 구조의 차이를 보이는 부여 인식은 곧 고
            롯된 것이다. 『후한서』와 『통전』 등에서도 부여                  대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민족 서사의 재구성 문

            를 고구려나 예맥 등 주변 민족과 함께 언급하                    제로 확장될 수 있으며 현대 역사 서술에서도

            며, 중국 중심의 관점 아래 동북 변경의 변방 국                  사서의 편향성과 의도를 고려한 비판적 독해가
            가로 규정하였다. 지금까지 연구된 부여에 대한                    필요함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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