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대한사랑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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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제릉 헌전(북쪽 정전 방향) 순제릉 헌전(남쪽 희대 방향)
제향시설인 헌전에 이르렀다. 헌전은 순임금 씨가 그 뒤를 잇는다. 벽면에는 ‘염황자손 일
상이 좌정한 정전 앞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는 맥상승(炎皇子孫 一脈相承: 염황의 자손이 하나의 맥으
데, 연극 공연이 이루어지는 희대와 정전 사이에 로 서로 계승한다)’, ‘화하공제(華夏共祭)’ ‘추근심조
위치하여 제향 이후 벌어지는 축제 행사를 동시 반본소원(追根寻祖 返本溯源: 뿌리를 찾아 조상을 찾고,
에 관람할 수 있는 장소로 보였다. 특히 정전 내 근본으로 돌아가 근원을 거슬러 올라간다.)’이라는 구
부의 순임금상이 희대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호가 눈길을 끈다. 중국 정부는 탐원공정과 하
시선을 열어둔 판문이 인상적이었는데, 평소에 상주단대공정을 통해 삼황오제를 중국 역사의
는 닫아두었다가 제향이 시작되거나 희대에서 정점에 위치시키고 이들을 중화민족의 시조로
공연이 벌어지면 열어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숭배하는 토대로 만들었다. 동시에 이들을 한
정전의 뒤편 침궁에는 순제상 좌우로 아황 족 공통의 혈연적 조상으로 치환하여 중국 민
과 여영상이 함께 조상되어 있었다. 순임금은 중의 성씨 정체성을 흡인하는 동력으로 삼았
남쪽을 순행하다가 창오의 들녘에서 갑작스런 다. 사회 지배력을 강화하고 애국주의 이데올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로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자기모순에도 불구
한편 순제릉의 한편에는 요묘의 제조당과 하고 ‘전통의 발명’ 즉 ‘고대사 만들기’ 방식이
같은 건물이 있다. 내부에는 중국 각 성씨 조 동원된 셈이다.
상을 참배할 수 있는 위패가 진열되어 있고, 성 무더운 날씨에 쓸데없이 길고 넓게 만든 진
씨의 기원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벽에 걸려 있 입공간을 돌아오는 길에 복잡한 심정과 불평이
었다. 여기에는 성씨의 시초 위치에 삼황의 성 교차하며 다음 일정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씨인 풍씨, 강씨, 희씨가 자리하고, 오제의 성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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