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대한사랑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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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경험하고 싶었으나, 6층 전망대만 개방되어 있 이 있다. 가슴속에 스스로 한 폭의 산골짜기[丘
어 하는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전망대 난 壑]를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그림을 그릴 수 있
간을 타고 몇 바퀴 돌아봤으나, 기대만큼 경관 다는 말이다. 가는 길 버스 안에서 『등관작루』
이 시원하지 않다. 관작루 주변으로 정갈하게 를 회화적으로 묘사한 시상을 떠올려 봤다. 하
정비된 인위적 풍경 탓이다. 하동(河東)의 산천 얀 해가 서산에 기울어 하늘과 땅을 붉게 물들
명승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 이고, 황토색 황하의 물줄기가 도도히 흘러가
었다. 먼 길을 달려왔는데, ‘짝퉁 관작루’를 보 는 ‘선명한’ 광경을 심상(心想)에 그려본다. 거기
는 것 같아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날씨 엔 황하와 마주한 멋진 관작루가 있다. 한 층
좋은 날에는 멀리 섬서성의 화산이 보인다고 더 올라 더 먼 곳을 바라본다. 이윽고 시야는
하는데, 뿌연 연무로 가까운 산도 잘 보이지 않 무한으로 확장되어 황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았다. 그저 멀리 황하가 흐릿하게 조망되는 것 장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녘 하늘에 영원히
에 만족할 뿐이었다. 관작루가 황하 가에 있어 지지 않는 태양의 빛을 쐬고 한없이 높은 관작
야 옛 시인이 감탄한 풍경이 제대로 나올 법 한 루를 오르며, 지평선 너머의 드넓은 세상을 한
데, 지금의 위치는 그렇지 못했다. 동안 바라보았다.(다음호에 계속)
중국 회화이론에 ‘흉중구학(胸中丘壑)’이란 말
관작루에서 조망한 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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