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대한사랑 10월호
P. 98

옆에는 동서로 통하는 문과 석축이 있는데, 동                    한탄했을 것이다. 그들이 한탄하고 슬퍼한 추

            서로 ‘첨로(瞻鲁)’, ‘망진(望秦)’이라 새긴 문액(門              풍은 인간의 숙명이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額)이 보인다. 이 문액은 동쪽으로 노(魯: 산동 곡                문제이다. 그래서 한무제는 신선과 불사의 약

            부)를 우러러보아 공자의 문적(文蹟)을 기리고 진                  을 애처롭게 찾아다녔던가. 한여름 볕 아래 추

            (秦: 섬서 함양)을 굽어보아 진시황의 기상을 그려                 풍루 앞에서 잠시 사색에 잠긴 나는, 고금을 뛰
            본다는 문학적 표현이다.                                어넘어 불어온 호탕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가

              추풍루 3층에는 한무제가 지은 「추풍사(秋風                   슴이 시원해 짐을 느꼈다.
            辭)」 시비(詩碑)가 있다. 「추풍사」는 한무제가 이

            곳에서 후토를 제사 지냈을 때 쓴 시로, 추풍루                            추풍사(秋風辭) - 유철(劉徹)

            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한무제는 인
            생의 가을(늙음)이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음                    秋風起兮白雲飛

            을 깨닫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온갖 쾌락을 맛                     가을바람 불어 흰 구름 흘러가고
            본 한무제가 「추풍사」를 읊었을 때의 심정을                      草木黃落兮雁南歸

            떠올려 보니 한줄기 전율이 일어나는 듯했다.                      초목이 시들어 떨어지니 기러기 남쪽으로 돌아가네.

            어느 때 추풍루에 오른 빈객도 계절이 바뀌는                      蘭有秀兮菊有芳
            불가역적인 ‘추풍’을 맞으며 세월의 무상함을                      난초꽃 빼어나고 국화 향기 그윽한데

                                                          懷佳人兮不能忘

                                                          아름다운 사람 생각나니 잊을 수가 없구나.
            만영 후토사 추풍루
                                                          汎樓船兮濟汾河
                                                          누선을 띄워 분하를 건너니

                                                          橫中流兮揚素波
                                                          배 기슭에 흰 물결 부딪친다.

                                                          簫鼓鳴兮發棹歌

                                                          피리 불고 북 치며 뱃노래를 부르는데
                                                          歡樂極兮哀情多

                                                          환락이 절정에 달하였으나 오히려 슬픔이 밀려오
                                                          는구나.

                                                          少壯幾時兮奈老何 어찌하리오, 젊은 날 길지 않

                                                          고 곧 늙음이 오는 것을.


            98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