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대한사랑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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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다. 농촌풍경을 보며 2차로의 좁은 도로를 40 樓北塔)’이라 하여 비운루가 산서 응현목탑과 더
분 넘게 달리니 어느덧 도회지가 나왔다. 해점 불어 중국 고전 목조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진(解店鎭) 신성촌(新城村)이란 곳인데, 비운루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비운루를 한 바퀴
있는 마을이다. 비운루는 만영 동악묘에 위치 돌며 감상한 뒤, 동악묘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다. 차에서 내려 입구로 걸으니, 공원에서 한 동악묘의 현재 묘역은 남북 약 200m, 동서
껏 멋을 낸 노인들이 음악에 맞춰 사교댄스를 약 80m인데, 본래는 규모가 더 컸다고 한다. 정
추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공원 남향으로 뻗은 축선에는 산문, 비운루, 오문(午
이나 광장에서 단체로 운동하는 모습을 자주 門), 헌전(献殿), 향정(享亭), 동악전(東岳殿), 염왕전
볼 수 있다. 그 운동은 다름 아닌 춤이다. 능숙 (阎王殿)과 ‘십팔중지옥(十八重地狱)’이 일렬로 위
한 동작으로 춤사위를 이어가는 모습을 구경 치한다. 다소 평범한 동악전과 염왕전을 차례
하며 동악묘 안으로 들어갔다.
만영 동악묘의 건립 시기는 확실치 않다. 산
서 태원에서 기반하여 당나라를 건국한 이세민
이 여기에 높은 망대와 누각을 빗고 신에게 제
사 지낸 기록과 관련하여, 당 정관 연간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지금 볼 수 있는
동악묘는 명청대에 여러 차례 중수된 것이다.
산문을 들어서자마자 위용을 뽐내는 비운루
가 시야에 가득 찬다. ‘명불허전’이란 말이 이
럴 때 쓰는 말일까. 중국 산수 풍경화에서 보
는, 구름 위로 반쯤 솟아 있는 누대의 형상이
다. 비운루는 높이 23.19m에 3층으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중국 제일의 목전(木殿)’이라
는 명성처럼, 조형성과 정교한 구조가 일품이
다. 사방에 누각이 돌출되어 있어, 전체 평면이
십자형을 이루고, 각 층의 처마는 과하지 않게
위로 솟아올라 총 345조의 두공(斗拱)이 지붕을
동악묘 비운루 전경
받치고 있다. 난간을 바라보니, 누각에 올라 조 (주: 사진 속 인물은 지형학을 가르치는 황상일・윤순옥 교수님으
로, 이번 답사에서 산서지역 황토고원의 지형, 지질 특징을 명료
망해 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남루북탑(南 하게 설명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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