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대한사랑 15호(202503)
P. 23

2025. 3

                        아미산은 『태조실록』에서 정도전 등이 한양 궁궐터를 정할 때 남경행궁 남쪽의 ‘해

                       산(亥山)을 궁궐의 주맥으로 삼았다’는 ‘해산위주(亥山爲主)’의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임좌
                       병향(壬坐丙向)으로 좌향을 잡은 경복궁을 기준으로 ‘해산’은 궁궐의 정북에서 약간 서쪽

                       으로 기울어진 곳에 위치하여, 아미산을 지목한 것으로 여겨진다.

                        「경복궁도」에서 관찰되는 아미산은 주산에서 내맥을 관류하는 지기(地氣)가 전진을
                       멈추고 맺은 대혈로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아미산과 맞닿은 곳부터 교태전, 강녕전,

                       사정전, 근정전, 광화문이 남북으로 연속하는 구성에는 애써 아미산 남쪽에 정전 축을
                       구축하려는 강한 인도가 감지된다.

                        아미산을 중심으로 일원적으로 뻗은 축선구조는 표면적으로 전조후침과 오문삼조

                       의 예제를 따랐지만, 전각 배치의 기준점을 내맥의 응결처인 아미산으로 설정함으로써,
                      『주례』의 형식주의로 구체적인 형상을 획득한 ‘제도 지향적 구조’가 주산의 지기가 유

                       도되는 풍수상의 배치구조와 유기적으로 통합되도록 계획된 결과였다. 특히 정전 축에
                       서 아미산의 지기를 받는 첫 번째 건물이 침전인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는 국왕이

                       도성 주산으로부터 가장 강하고 순수한 지기 받고자 하는 실리적 목적이 내포된 것으

                       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일원적 배치구조는 경복궁 건설의 구상 단계부터 고려
                       된 것이었다.

                        이러한 아미산은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전소된 뒤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고종 10년(1873년)에 풍수 용어인 ‘아미사(蛾眉砂)’로 다시금 소환된다. 아미사는 나방의
                       눈썹 모양과 같이 초승달 모양으로 생긴 지형을 일컫는 사격(砂格)의 한 종류이다. 당시

                       기록에서 교태전 뒤의 언덕은 경복궁에 주산의 생기를 전달해 주는 아미사 혈이자, 하

                       늘이 만든 천연의 지형으로 언급되었다. 이때 대신들로부터 ‘아미사에서 근정전까지 본
                       래 척맥(脊脈)이 있었다’는 지형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고종은 경복궁의 척추에 해당하

                       는 지형 조건에 의거하여 아미사부터 여러 전각을 세운 선대의 뜻을 비로소 알게 되었
                       다고 회고했다. 이 대목에서 척맥이란 표현에 유의해 보자.

                        조선의 개국 후 한양은 일국의 통치자인 국왕이 기거함에 따라 정치와 행정의 중앙

                       무대로 기능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관념 속에서 한양은 다른 지역을 능가하는 지향성
                       과 중심성을 가졌으며 최고의 풍수적 요처로 인식되었다. 우리 산하 정기의 발원처는

                       백두산에서 뻗어 나온 본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국토의 척추뼈인 백두대간을 이룬다.
                       여기서 갈라져 나간 산줄기는 꺾여서 한북정맥으로 이어지는데 여러 산을 거쳐 도봉



                                                                                              21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