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대한사랑 15호(2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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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정전축의 끝에 위치한 교태전의 경우는 조금 결이 다르다. 대전 명칭의 출처가

                       지천태(地天泰) 괘에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태괘는 천지 음양 두 기운
                       이 만나 교감하는 상을 상징한다. 한 가지 주의할 부분은, 교태전이 중궁전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중에게 임금과 왕비가 합궁하여 왕자를 생산하기 위한 명칭으

                       로 잘못 이해되었던 점이다. 사실 교태전은 세종 22년(1440)에 세워졌기 때문에 경복궁
                       의 초창기에는 없던 건물이었다. 사료에서 교태전을 지은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으

                       나 아마도 세종은 양위 후 상왕으로 있으면서 교태전을 별전(別殿)으로 삼아 거처할 생
                       각이었던 것 같다. 태조가 창덕궁 광연전에서 훙서했고, 태종이 양위한 뒤 창덕궁 곁의

                       수강궁에서 여생을 보낸 사례가 있어 교태전도 그러한 목적으로 지었을 것이라는 추측

                       이다. 그렇게 본다면 세종이 왕재의 출산을 위해 ‘교태’라는 이름 내걸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주역』 지천태괘의 <단전(彖傳)>에는 “천지가 사귀어 만물이 통하는

                       것이며, 상하가 사귀어 그 뜻이 같음이다[天地交而萬物通也, 上下交而其志同也]”라고 궤상을 설
                       명하고 있다. 통상적인 시각에서 지천태의 사귐[交]의 괘상은 상하 간의 성대한 만남 즉,

                       임금과 신하의 화합을 의미한다. 이러한 군신 간의 화합은 물과 물고기의 사귐[魚水之交]

                       으로 달리 표현되기도 했는데, 창덕궁 주합루의 어수문이나 어수당이 그러한 뜻을 표
                       현한 예이다. 나아가 ‘교태’의 의미는 태조 이래 양위가 연속되었던 배경에서, 세종 자

                       신이 상왕이 된 상황에서 선왕과 후왕이 하나의 이상을 공유하면서 조화롭게 정사를

                       이끈다는 뜻도 내포한다. 이는 상하가 사귀어 그 뜻을 함께한다는 지천태의 의미에 가
                       장 잘 부합된다.


                       경복궁 입지와 배치의 근거 지형, 아미사

                        조선의 지식사회에서 한양은 국토 최고의 길지이자, 전국의 으뜸이요 중앙이었다.

                       그런 한양에서 가장 중요한 터는 바로 궁궐이 들어선 자리이다. 한양의 주산은 백악산
                       이다. 또한 경복궁의 주산도 백악산이다. 경복궁이 도성의 북편에 치우친 곳에 입지하

                       여 도성과 주산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경복궁이 어떤 방식으로 백악산에

                       서 풍수적 효력을 끌어들였는지가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영조 연간과 고종 때 제작된 수 종의 「경복궁도」에 그 단서가 노출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사라진 지형이지만, 「경복궁도」에는 공통적으로 경복궁이 내부에 백악
                       산에서 내려온 복수의 산줄기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 중에서 출중한 하나의 산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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