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대한사랑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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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동학혁명기념제 취재로 정읍에 내려가던 차에 6월에 기억해
야할 독립운동가로서 백정기 의사를 알고자 백정기 기념관에 들렀다. 평소 서울 효창
공원에 모셔져 있는 삼의사 중 한 분인 백정기 의사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
에서다.
육삼정(六三亭) 의거
1933년 상하이, 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 산하 흑색공포단은 충격적인 첩보를 입수했
다. 주중 일본공사 아리요시 아끼가 일본 군부 수뇌와 중국의 친일 고관들을 불러 육
삼정 요리집에서 성대한 주연을 열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흑색공포단의 선봉장 백정기,
이강훈, 원심창 의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국주의의 심장부를 향한 결사적 습격
계획을 세웠다. 세 의사는 폭탄과 권총을 품고 육삼정을 급습할 준비를 마쳤으나, 일본
첩자의 밀고로 인해 거사는 실행되지 못한 채 좌절되고 말았다.
백정기 이강훈 원심창
아나키즘의 실천, 구파 백정기의 길
백정기 의사는 단순한 민족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억압과 지배, 제국주의와 자본
주의를 타도하고자 했던 한국 아나키스트였다.
고대 그리스어 ‘An Archos’(지배가 없음)에서 유래한 아나키즘은 자연의 리듬에 따라
자유롭고 자율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상이다. 이 사상이 구체적 이념으로 발전한 것은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의 격동기였으며, 한국에서는 1920년대 후반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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