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대한사랑 9월호
P. 77
2025. 9
소개(1), ‘별교령(別敎令)’이라 하여 거벌모라 남 늘을 향해 아뢰었고, 그 내용은 교(敎)와 연관된
미지촌의 노인을 처벌하는 교의 내용 기술(2) 인물의 명단 및 교의 의결 내용으로 파악된다.
6부가 소를 잡고 맹세하는 저맹(詛盟)의식을 거 중성리비의 백집단과 냉수리비의 전사인(典事
행한 후(3), 실지군주(實支軍主)라는 지방관이 직 人)은 교의 의결내용을 현지인에게 직접 포고하
접 형을 집행하는 과정(4), 지역 유력자인 2인 지 않고 하늘을 향해 아뢰는 간접적인 방식을
이 해당 지역 사람 398명에게 교의 내용을 고 채택했는데 냉수리비에 나오는 ‘䠆跼所白了事’
지한 행위(5)를 서술하고 있다. 이 비의 특징은 구절의 구체적 사례를 중성리비에서 확인할 수
교의 내용이 하늘에 고해졌는지 확인되지 않지 있는 것이다.
만, 대신 경고문이 별도 단락으로 정리되어 있 이 세 비문의 단락 구성과 행위의 주체는 기
다는 점이다. 이는 점차 교의 집행 절차에서 하 본적으로 동일한 성격을 지녔다. 세 비문은 동
늘에 고하는 의례가 생략되고, 직접적인 형 집 일한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지만 각
행과 경고 중심으로 전환되는 제도화의 경향을 단락의 문단 구성 및 기술내용은 비문마다 차이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가 있다. 요컨대, 세 비문은 공통적으로 모두 교
셋째, 중성리비는 단락 구분에 있어 백인백 의 의결-집행- 고지의 3단계 구조를 따르지만
색이라 할 정도로 논란이 분분한데, 가장 앞선 중성리비는 의결 내용 없이 집행절차만 상세,
시기의 비문으로 교의 주체만 명시되고 그 내 백집단이 하늘에 고지한다. 냉수리비는 의결내
용은 기술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후 부분에 용·별교와 함께 전사인이 하늘에 고지, 고지자
서 백(白)집단이라 불릴 수 있는 실무자들이 나 는 별도. 봉평리비는 하늘 고지 생략, 경고문구
서서 쟁송당사자, 지방관, 지방 유력자 등 관련 별도 단락, 고지 후 고기없다는 것이 다르다. 결
인물의 명단을 정리한 다음 ‘사간지궁(沙干支宮) 론적으로 신라 6부인은 교의 집행을 통해 자신
과 일부지궁(日夫智宮)이 모단벌훼(牟旦伐喙)의 작 들을 천손으로 자처했고 복속지역을 세중(世中)
민(作民)을 빼앗았으니 다시 되돌려주라’는 판결 으로 구분하며 천손의 권위를 기반으로 통치
내용을 하늘에 고하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 를 수행했다. ‘所白了事’, ‘煞牛拔誥’, ‘白口’ 등의
다. 이후 해당 지역의 유력자였던 사간지(沙干支) 의례적 표현과 실천은 제천의례적 성격을 지니
의 사인이 “이후 다시 분란을 일으킬 경우 중 며 정치적 정당성과 권위를 연출하는 장치로 활
죄를 받는다”는 경고를 했고, 마지막으로 전서 용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의 집행과정에서
(典書) 여모두(與牟豆)가 고기(故記), 즉 교의 내용 ‘하늘에 고하는 절차’는 축소되고 교의 의결 주
을 기록함으로써 입증하였다. 냉수리비에 대한 체와 내용의 판시가 강조되며 형식화된 문서기
검토 결과를 참조하면 중성리비의 백집단도 하 록 중심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