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대한사랑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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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사기』기록에 따르면, 372년(소수림왕 2)에 전진(前秦)의 왕 부견(符堅)이 사신과 승

                       려 순도(順道)를 고구려에 보냈는데, 이때 불상과 경문을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2년 뒤인 374년(소수림왕 4)에는 승려 아도(阿道)가 진(晉)에서 왔고, 이듬해 고구려 황실은

                       초문사(肖門寺)와 이불란사(伊弗蘭寺)를 창건하였습니다. 『해동고승전』「석망명전(釋亡名傳)」

                       과 『양고승전(梁高僧傳)』「축법심전(竺法深傳)」등을 보면, 이보다 훨씬 전에 동진(東晉)의 고
                       승 지둔도림(支遁道林, 지둔의 생몰 연도 366년)이 고구려 도인(高麗道人)에게 보낸 편지가 소개

                       되고 있어, 소수림왕 이전에 이미 고구려 지식인들 사이에 불교 사상이 소개되었을 가
                       능성도 있습니다.

                        산스크리트어 경전 번역을 이유로 중원 왕조를 통해서 한국에 불교가 전래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구려에 어떤 불경과 어떤 불교 사상이 전래되었는지 명확하지 않습
                       니다. 화엄 사상 관점에서 보면 인도에서는 3세기부터 '용수'란 인물로부터 시작해서 5

                       세기 '세친'을 통해서 구체적인 화엄 사상의 체계가 확립됩니다. 이러한 흐름이 6세기
                       중국 화엄종의 시조라는 두순(杜順, 수나라 말기 당나라 초기 인물)과 당나라 시기 지엄, 법장

                       으로 이어집니다. 중원의 당나라는 6세기에 들어서야 화엄 사상이 정립되어 화엄종이

                       등장하는데요. 고구려 벽화 속 꽃들은 3~4세기부터 그려졌습니다. 어렵고 난해한 불
                       경 속 연꽃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갑자기 고구려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요? 고구려

                       지배층 지식인들이 불경과 불상을 선물받았다고 짧은 시간 안에 난해하고 어려운 불교

                       (화엄 사상)를 깊이 받아들이고 깊이 있게 소화할 수 있었을까요? 현대라면 미디어와 출
                       판 기술과 체계적인 교육기관과 전문적인 연구소를 설립 운영하여 단숨에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술 영역에서 상징으로 표출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생활 깊숙이 불

                       교 철학이 젖어 들어야 가능한 영역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고구려 벽화 속 꽃을 고구려
                       미술의 불교적 소재 연꽃으로 섣불리 단정하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고대인들의 세계관, 화개(華蓋)
                        불교와는 무관하게 고대로부터 계승된 동아시아 천문학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중원에 진(晉, 265~420년)이라는 왕조가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진서(晉書)』가 당나라 태종의 명으로 편찬되었는데, 여기에 「천문지」가 포함되어 있습

                       니다. 「천문지」에 보면 '자미원'이라는 중심 영역을 구성하는 여러 별자리 중 천황 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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