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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기사]

    동이東夷 동방 역사문화의 주인공

    김영현 기자

    중국과 동북아의 창세역사, 왕조사를 만든 핵심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동이’이다. 중국학자들은 중국 역사의 주류는 한족漢族이 아니라 동이이며 중국은 동이문화라 했다. 동방 역사문화의 주인공, 동이에 대해 알아보자.


    환국을 계승한 배달시대 이래 동방의 삼신문화를 중국 전역에 정착시키며 살았던 주인공은 동이였다. 중국 고대사는 배달과 단군조선의 동이가 직접 현지에서 나라를 창업한 역사이며 고대문화는 동이가 창달해 중국인에게 전한 것이다. 동이는 동북아에서 금속을 이용한 문명을 가장 먼저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역曆과 문자, 천자天子 제도, 조세 제도, 윤리와 도덕, 규범 등 모든 문물제도를 창안하였다. 이것이 그대로 중국에 전수되어 황하문명을 이루게 된 것이다. 환국에서 발원한 배달 동이야말로 고대 동북아의 문화를 창조하고 꽃피운 진정한 주체 세력이었다.


    환국에서 시작된 동이의 역사

    중국 현지에는 진시황秦始皇, 한무제漢武帝 등 중국 역대 황제보다 더 웅대한 사당에서 존귀하게 모셔지는 분이 있다. 천하제일묘天下第一廟라 불리며 자금성 못지않은 엄청난 참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곳에 모셔진 분은 바로 태호복희씨太皞伏羲氏다.


    태호복희씨는 동방 한민족의 첫 나라, 배달국 5세 환웅의 막내아들로 팔괘八卦를 그렸다. 건곤감리 사괘를 담고 있는 태극기 덕분에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괘는 익숙하지만 의외로 태호복희씨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안타까운 우리 역사 교육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왜 중국이 태호복희씨를 극진히 섬기는 것일까? 중국 현지에 가보면 비단 태호복희씨뿐만 아니라 동이족 출신 제왕들을 하늘처럼 섬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의 문명 뿌리가 동이이며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동이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환단고기』에서 전하는 배달의 역사는 중국 역사서에 동이의 역사로 기록되어 전한다. 동이를 보통 ‘동이 구족’이라 하는데 이것은 환국에서 유래한다. 『환단고기』 「삼한관경본기」를 보면 9천 년 전 인류 최초의 문명국가인 환국桓國은 크게 아홉 족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구환九桓이라 한다. 배달국 때는 구황九皇이라 하였고, 단군조선 때는 구이九夷로 불렸다. 아홉 갈래 동이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이를 구이라고도 했다.

    동이의 의미

    그러면 동이란 어떤 뜻일까? 쉽게 알 수 있듯이 ‘동東’은 생명, 탄생, 시작을 의미하는 광명의 방향이다. 이 동 자에는 ‘주인主人’이란 뜻도 있다. 그리고 ‘이夷’는 ‘대大’와 ‘궁弓’ 두 글자를 합친 글자이다. 여기서 ‘대’는 ‘사람’이란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이’는 곧 ‘활을 쏘는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동이는 ‘동방의 큰 활을 쏘는 사람’을 뜻한다. 큰 활을 잘 쏘는 동방의 뿌리 민족은 바로 우리 민족을 가리킨다.


    중국 역사를 주도한 동이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이 동방 민족을 동이라 부른 것은 무신武神으로 추앙받는 배달의 14세 자오지 환웅 즉 치우 천황蚩尤天皇이 큰 활을 만들어 쓴 이후이다. 그래서 동이는 배달 동이라 불러야 옳다. 큰 활의 위엄을 두려워한 서방 한족이 배달겨레를 가리켜 큰 활을 잘 쏘는 동방 사람이라 부른 것이다.

    동이는 치우 천황의 영토 개척을 계기로 서방 영토 깊숙이 펴져나가 단군조선 시대에는 중국의 역대 왕조를 이끈 주류가 되었다. 배달과 단군조의 동이가 역대 중국의 역사문화를 주도한 것이다. 중국 기록에는 역대 왕조의 제왕帝王, 성인聖人이 동이 사람이라는 내용이 많다.

    한漢족의 시조라 하는 황제헌원黃帝軒轅과 고대 중국의 요堯임금과 순舜임금, 주周나라를 개국한 문왕文王, 무왕武王을 포함해 역대의 주요 제왕들, 유가儒家의 공자公子, 맹자孟子와 도가道家의 노자老子도 모두 동이 혈통이다.



    사실 중국 역사에서 한족 출신 왕이 왕조를 열어 대륙을 통치한 일은 거의 없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 『서경』을 보면 요임금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순임금이 동쪽으로 순행을 떠나 차례대로 산천에 제를 올리고 동방의 천자를 알현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동방의 천자국, 단군조선은 동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하며 중국 왕조 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단군조선의 제후였던 요순은 물론이거니와 순을 이은 우禹임금의 하夏나라, 하나라 다음에 들어선 상商나라는 5,500여 년 전 홍산문화의 옥문화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동이의 나라’다. 단군조 시대의 우리 조상들이 중국의 고대국가로 알려진 상나라를 세운 것이다.


    천자문화는 동방에서 왔다

    현재 중국 동부 쪽에 있는 산동성 태산泰山의 첫 문턱에 ‘자기동래紫氣東來’라 쓰인 현판이 있다. 작은곰자리에 있는 별, 자미원紫微垣은 천자天子가 계신 곳이기에 ‘붉을 자紫’는 천자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자기동래’는 천자문화의 기운이 동방에서 왔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천자문화의 근원이 동방 즉, 동이의 나라임을 그들 스스로 밝힌 것이다.

    천자문화의 출원出源은 중국에서 신령에게 제사를 올릴 때 부르던 악곡, 『초사楚辭』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초사』에서 최고의 주신으로 노래한 신은 동황태일東皇太一이다. 초나라 사람들은 길한 날 좋은 때를 가려 삼가 공경하는 마음으로 상황上皇인 동황태일에게 제를 지냈다. 후한의 학자 왕일王逸이 쓴 『초사장구』에 ‘태일은 별이름(북극성을 태일성이라 한다)으로 가장 존귀한 신을 태일신이라 하는데, 사당이 초나라의 동쪽에 있어 동제에게 배향하므로 동황태일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천자가 동쪽에 계시기에 동제로 배향한 것이다.

    천자제도가 동이에서 시작한 것은 중국의 기록에도 남아 있다. 후한시대 채옹蔡邕이 쓴 『독단獨斷』에 “천자는 동이족 임금의 호칭이다. 하늘을 아버지, 땅을 어머니로 섬기는 까닭에 하늘의 아들(천자)이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기록에서도 천자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이 동이인 것을 알 수 있다.


    동이는 왜 오랑캐가 되었는가

    그런데 오늘날, 천자국을 세우고 다스린 동이를 동쪽 오랑캐로 아는 사람이 많다. 어찌된 일일까? 왜 동이가 변방의 오랑캐로 폄하되었을까? 여기에는 동이족과 화하족에 얽힌 정치적 배경이 있다.

    중국 한漢족의 조상은 화하華夏족으로 그 시조를 보통 황제헌원으로 본다.


    지금의 섬서성 위수渭水 유역에 자리 잡은 화하족은 동쪽 황하 하류 유역과 해안 쪽(하북, 산동, 하남, 강소 등)에 자리 잡은 동이족과 황화 중류유역을 놓고 다투었다. 그런데 약 4,700년 전에 제후인 황제헌원이 동북아의 종주국이던 배달국에 반기를 들었다. 그리하여 천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치우천황과 10년간 73회의 공방전을 벌였다. 황제헌원은 싸움 끝에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그 마지막 전쟁이 서양의 트로이 전쟁에 비교되는 탁록대전이다. 전쟁에서 패한 서방 한족은 그 후 2,300년 동안 황하 중·상류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많이 쓰는 중화中華란 말은 중국中國과 화하華夏를 합친 말이다. 본래 중국에 화華와 이夷의 구분이 따로 존재하지 않다가, 주나라 때부터 화하와 동이의 구분이 생기면서 존화양이尊華攘夷를 내세우게 된다. 그리고 화하족이 중국 역사의 주도 세력이 되면서 동이는 오랑캐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진시황이 중원 전체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동이족을 중국 변방으로 밀어내거나 무자비하게 숙청하거나 화하족으로 동화시켰다.

    춘추시대 때 공자는 『춘추』를 저술하여 정치적 목적과 자신의 입지를 위해 중국은 높이고 다른 민족은 깎아내렸고, 한무제 때 사마천은 중국 최초의 정사正史라는 『사기』를 저술하여 동이의 역사를 뿌리부터 왜곡하였다. 그 결과 동이는 ‘동쪽의 오랑캐’로 완전히 변질되었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서 『후한서』에는 ‘이夷는 뿌리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상고시절 동방 역사문화의 뿌리가 동이라는 것이다. 이 기록은 그들의 진실한 고백인 셈이다.

    위대한 동방 역사문화의 주인공, 동이를 기억하라

    동이는 동북아문화의 뿌리요 근원이다. 동이는 큰 활을 쏘며 웅대한 역사의 기상을 떨치고 동방의 군자 나라를 건설한 주인공이었다. 동이 구족은 원래 만주와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까지 널리 퍼져 살았다. 그런데 화하족이 중국의 집권세력으로 떠오르면서 동방에 사는 동이를 ‘동이’, 서방에 사는 동이를 ‘서융西戎’, 남방에 사는 동이를 ‘남만南蠻’, 북방에 사는 동이를 ‘북적北狄’이라 폄하하여 부른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지리서, 『우공추지禹貢錐指』에는 동이 구족을 단군조선으로 본다는 견해가 실려 있다. 한민족이 동이 구족의 뿌리요 원류라는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순수 한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이 구족이 중국 전역에 퍼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한족의 시조라는 황제헌원의 혈통과 문화의식의 뿌리 역시 동이의 웅족 계열이며 배달국이다. 한족이라고 하는 것은 진시황 이후 한나라가 성립하면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수많은 주변 민족이 중원으로 들어가 자리 잡고 섞이면서 형성된 것이다.

    중국 문명의 발원과 중국 한족을 형성하고 그 왕조사의 주축을 이룬 주인공이 다름 아닌 배달 동이라는 사실은 동북아시아의 진정한 주인공이자 창업자가 누구인지 확연히 보여준다. 동방 역사문화의 주인공, 동이의 위대한 정신과 역사문화를 되살려 다시 찬란하게 빛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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