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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開天’을 광장으로, 시장으로! (1)

열매는 보다 일반적이고 일상적이 되어야 한다. 그제야 그것은 죽을 자[인간]들의 소유가 된다.”(횔덜린)

 

한 개념에는 오직 하나의 의미만이 있다는 일의적一義的(univocal) 입장이 있고 그렇지 않고 다양한 의미들이 혼재하여 그 뜻이 애매하다는 다의적多義的(equivocal)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불충분하거나 그릇된 것입니다. 더 나쁜 것은 둘 중 하나만 옳다는 생각입니다. 전자의 경우 의미는 갈수록 말라붙으면서, 급기야는 언어 자체의 생명력을 잃게 만들 것입니다. 후자는 다의적 의미들이 확고한 공통적 기반 없이 산만하게 흩날리다 해체돼 결국 개념을 사어死語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어의 의미를 유비적類比的으로(analogical) 보는 입장이 있습니다. 뜻은 다양하지만 하나로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유사는 닮았다는 말이고 닮았다는 것은 원본이 되는 어떤 것에 닮았다는 것으로서, 이 경우라면 저 다수의 의미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된 근본 의미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보는 것이 충분하며 언어 현실에 부합하는 견해입니다.

서양 철학자 하이데거는 의미란 길이며 역사라고 했습니다. 말은, 특히 오래된 말일수록 여러 샛길과 옆길을 내며 진화합니다. 예컨대 좋다(good)’가 그렇습니다. ‘운동은 건강에 좋다’, ‘상여금이 들어와 좋다’, ‘예쁘니까 좋다’, ‘경치가 좋다’, ‘경솔할 바에는 신중한 게 좋다’, ‘봄이 와 꽃이 피니 좋다’, ‘네가 좋으니 나도 좋다’, ‘남을 돕는 것은 좋은 행위이다’. 문맥에 따라 의미에 차이가 있으나 그렇다고 각각의 의미가 다 다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유비적인 입장은 좋음은 오직 건강에 유용한이란 뜻만을 지니거나 아니면 좋음은 그때그때마다 상이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 뜻이 애매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뚜렷하지는 않더라도 하나의 근본의미가 밑에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이러저러한 길을 냈지만 그 길들은 모두 근본의미란 한 숲에 있는 셈이죠. 그리고 만역 정말로 의미들이 따로따로라면 말이나 글을 통한 우리의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할 터입니다. 이렇게 언어의 의미란 역사와 맥락을 거쳐 스스로 펼쳐나가는 길입니다. 이것이 앞의 글머리에 올린 제사題詞의 뜻입니다. “열매는 보다 일반적이고 일상적이 되어야 한다. 그제야 그것은 죽을 자[인간]들의 소유가 된다.”

그러면 개천의 사정은 어떨까요? 놀랍지만 개천은 적어도 네이버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습니다. 아프지만 그만큼 개천의 의미가 걸어온 역사는 짧고 길은 나다 말다 하는 형국이기에 그럴 것입니다. 혹 네이버에 실린 사전 외의 다른 사전도 마찬가지 경우라면 우리는 사전에도 없는, 다시 말해 사전적 규정도 정립되지 않은 개념을 가지고 논문을 쓰고 강연을 하고 토론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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