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대한사랑 15호(202503)
P. 14

送李中父使征東行省序                                 는 그의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다.

              蓋蘇文後少武事, 漬溝樓下有書聲貢士來經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만 하
              鴨緑遠, 登科去被牙緋榮中朝分命新詔使,                       여도 만주 전장에서 싸운 것은 몽골군이었다.

              東人爭訝舊儒生德音宣布聲教廣, 遣子入學                       그런 이성계가 친원을 한다는 것, 이것은 가능

              同趨京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성계의 입장에서 볼 때
                 -『연석집(燕石集)』, 원나라 송경(宋褧)의 문집             고려의 작은 힘으로 원나라를 대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명이 그 역할을 해주면 더 없이 고마
              送李中父使征東行省序                                 웠을 것이다. 명이 몽골을 공격하면 그의 숨통

              箕子餘風二千載, 幘溝樓下有書聲貢士來經                       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명을 공격하라
              鴨綠遠, 登科去被牙緋榮中朝分命新詔使,                       는 우왕의 명령을 따를 수가 없었다. 이성계의

              東人爭迎舊書生德音宣布聲敎廣, 遣子入學                       입장에서 명을 공격한다는 것은 스스로 죽음

              同趨京                                        을 맞이하는 것과 같았다.

                 -『가정집』 「가정잡록(稼亭雜錄)」, 이곡의 문집              이런 이성계는 결국 명과 결탁을 하게 되었
                                                         고, 이 과정에서 성리학을 배운 사람들은 명과

              이곡은 원에서 관리를 마치고 고려의 관리로                    의 줄을 대는 정당성으로 기자가 주의 임명으
            임명이 되어 돌아오는 길에 원의 한림학사 송                     로 조선왕이 되었다는 논리를 세우게 되었다.

            경이 작별하는 시를 써주었는데, 그 시에 쓰여                    이런 최초의 주장자는 어쩌면 이곡이었고, 원

            진 ‘연개소문’을 ‘기자’로 바꿀 정도로 이미 생                  의 실정을 잘 모르는 고려의 많은 지식인들은
            각은 사대주의로 물들어 있었다. 이곡은 원의                     이곡의 말을 믿은 것으로 보인다.

            그늘에 들어가기를 주장하였고, 원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고려의 원수인 원을 치기위하여 새롭                      기거(起居). 지난번에 황궁에서 폐하를 뵙고 하직

            게 등장하는 명을 활용하기 위하여 명의 그늘                      한 뒤로 한 해의 별이 벌써 하늘을 일주하였습니

            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패들                      다. 신은 그동안 기자(箕子)가 봉해진 나라에 멀리
            이 나눠지는 과정에서 이성계는 당연히 친명쪽                      처하면서 항상 만년토록 장수하시기를 축원하였

            으로 기우는데 그 이유는 그 자신이 몽골을 배                     습니다. 조령(詔令)이 우레처럼 행해지자 만방이
            신하고 나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성                      다시 새롭게 변화되고, 덕음(德音)이 하늘에서 내

            계로서는 친원파들이 득세하는 세상은 곧 그                       리자 일국이 광채를 발하게 되었습니다. 삼가 사

            의 정치생명에도 크나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은(私恩)을 받고 보니, 감격스러우면서도 부끄러운
            그 스스로가 친명파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이                     심정이 더할 뿐입니다. -『가정집』 제10권, 「표전」



            12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