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대한사랑 15호(2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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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유족민족사 (3)
중국사의 전환점이 된 탁발선비
글. 김현일(상생문화연구소 연구실장)
『환단고기』에 12환국 가운데 선비국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 태고적의 선비국
이 후한(後漢) 시대부터 나타난 선비족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마천의 『사
기』 <흉노>전에는 한나라 건국 시기 즈음 흉노의 동쪽에 동호(東胡)가 있었으며, 흉노는
이 동호를 공격하여 멸망시켰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후대의 오환과 선비가 이 동호의
후예라 보았다. 3세기 말 편찬된 『삼국지』와 5세기에 편찬된 『후한서(後漢書)』 등 중국사
서 기록에 다양한 선비집단이 등장한다. 요동군과 요서군, 대군(代郡) 등 중국의 북쪽 변
경에 인접한 초원지대에 살았던 선비집단은 후한 시대 말인 2세기 중반에는 단석괴(檀
石槐)라는 지도자 밑에서 상당한 정치적 통일을 이루었다. 단석괴는 선비제국의 영토를
서부와 중부 및 동부로 나누어 통치하였다. 선비의 동부는 부여와 접했으며 서부는 서
역의 돈황군에 접했을 정도로 단석괴의 선비제국은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였다. 중부에
속한 선비집단 가운데에는 모용선비의 이름도 보인다. 모용선비(慕容鮮卑)는 3세기 이후
옛 전국시대의 연(燕)나라 땅을 정복하고 고구려를 침공하는 등 동북아 역사에서 중요
한 역할을 하였다.
탁발선비의 기원
중국사에서 모용선비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집단이 탁발선비(拓跋鮮卑)이
다. 탁발선비 집단은 4세기 말 북위(北魏, 386-534)를 세우고 북중국을 통일하였다. 중국
땅에서 흉노를 비롯한 다섯 오랑캐들이 16개의 나라를 세우고 중국을 큰 혼란에 빠뜨
렸다고 중국인들은 ‘5호16국(五胡十六國) 시대’(304-439)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흥미로
운 것은 선비족은 5호(五胡) 가운데 하나였으나, 선비족에 속하는 탁발선비가 세운 북위
는 5호16국 가운데 들어가지 않는다. 다른 ‘오랑캐 나라들’처럼 단명하지 않고 1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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