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대한사랑 6월호
P. 35

2025. 6

            도로 들어왔다. 이들은 곧 두 패로 나뉘어 일                    를 길게 땋아 늘어뜨리고 복장은 훈족과 흡사

            리리아와 트라키아 지방을 약탈하였으나 비잔                      했다고 한다. 동방에서 온 이 낯선 족속과의 동
            틴 군대는 이들을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싸움                     맹은 즉각 효과를 낳았다. 아바르인들은 훈족

            에서 패배하였다. 당시에 슬라브인들은 ‘토페                     에 속한 집단으로서 당시에는 ‘잘리’라고 불리

            이로스’라는 그리스 도시를 함락하고 주민 1만                    던 ‘우니구르’와 또 다른 유목민 ‘사비르족’을
            5,000명을 학살하였다고 한다. 프로코피우스                    격파하였다. 이는 프로코피우스보다 조금 후

            의 말에 의하면 슬라브 침략자들은 주민들을 잔                    대의 역사가인 ‘경호대원 출신 메난드로스’가
            인하게 학살하였을 뿐 아니라, 여자와 아이들을                    남긴 기록이다. 메난드로스에 의하면 아바르

            포로로 잡아 자신들의 땅으로 귀환하였다.                       는 곧 안테스족을 공격하여 약탈과 포로를 노

              그로부터 몇 년 뒤 동로마제국의 변경 너머                    획하였다. 안테스는 스클라베노이와 함께 당시
            에 새로운 유목민 집단인 아바르족이 출현하                      비잔틴인들에게 알려져 있던 슬라브족의 한 부

            였다. 아바르족은 비잔틴 사람들에게는 완전                      족이다. 안테스족은 사로잡혀간 포로를 데려오
            히 생소한 족속이었는데, 이들은 유라시아 초                     기 위해 아바르에 사절을 보냈다. 그런데 그 사

            원을 가로질러 서진하여 흑해 북안에서 알란족                     절은 외교관으로서는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이

            과 접하게 되었다. 아바르인들은 알란족의 왕                     었던 모양이다. 아바르족의 왕, 즉 아바르 카간
            에게 비잔틴제국과의 외교적 교섭을 주선해줄                      은 외교적 관행을 무시하여 사절을 죽여버리고

            것을 요청하였다. 알란족 왕의 주선으로 아바                     안테스족을 다시 한번 공격하였다.

            르족 사절단이 558년 콘스탄티노플에 도착하                      비잔틴의 바람대로 골칫거리 만족들을 처리
            였다. 아바르 사절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게                     한 아바르에게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제2 판

            자신들이 무적의 족속으로서 국경 지대의 만족                     노니아를 정착지로 주려 하였다. 오늘날의 세

            들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잔틴제국에 큰                     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지역이다. 게르만계 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하면서 동맹을 맺자                    룰족이 살던 땅이라 한다. 그러나 유목민인 아

            고 제안하였다. 비잔틴 제국이 군사적 지원을                     바르는 유목을 할 수 있는 평탄한 초원 지역을
            받는 대신 비잔틴제국은 아바르족에게 공납과                      원했다. 아바르는 곧 제2 판노니아 너머에 있

            땅을 제공한다는 조건이었다. 유스티니아누스                      는 헝가리 초원으로 진입하여 그곳을 자신들의

            황제는 원로원의 토의를 거쳐 이 제안을 수락                     근거지로 만들었다. 게르만계인 롬바르드족과
            하였다.                                         협정을 체결하고 이들과 함께 게르만계인 게피

              당시 아바르 사절단의 모습은 콘스탄티노플                     다이족이 차지하고 있던 헝가리 초원을 공략하
            주민들에게 대단한 구경거리였다. 이들은 머리                     였던 것이다.



                                                                                              35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