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대한사랑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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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정도 존재한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이 수치                     그런데 여기에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가 실은 명치 시대 때 이뤄진 신사의 통폐합 과                   있다. 팔번신도 그렇고 도하신도 그렇고 원래
            정에서 발생한 숫자라는 것은 일본 국내에서도                     부터 일본에 있었던 일본 토속 신이 아니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점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모셔지는 신 1위

            이후, 일본은 GMQ(UN연합군총사령부)로부터 국                  와 2위를 차지하는 팔번신과 도하신은 둘 다
            가신도의 해체를 명받아, 주요 신사 별로 각각                    진씨(秦氏, 하타씨)라고 하는 고대 호족과 매우 밀

            의 종교법인을 세우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신사                    접한 관련이 있다. 이 진씨는 일본 고대사에 있
            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힘들게 되                    어서 매우 중요한 호족으로, 한국과의 연관성

            어버려, 실제로 지금 몇 개의 신사가 있는지는                    이 분명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매우 유명한

            나라에서조차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호족이다. 현재 일본 국내 일부에서는 진씨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가장 많이 모셔                    이 진시황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지고 있는 신이 누구냐 할 때 이것이 팔번신(八                   있으나 이는 여러 가지 시대적 배경을 무시한
            幡神)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문자적 해석에만 치중한 해석일 뿐, 조금만 공

            않는다. 팔번신은 일반적으로 ‘하치만신’이라                     부하면 진씨가 조선 반도에서 넘어온 호족이라

            고 불리는데, 이는 후대에 굳어진 이름으로, 원                   는 점을 알게 된다. 필자는 오히려 그런 주장을
            래는 ‘야하타노카미’라고 불렸다. 이 신을 모시                   하는 사람들은 진씨의 진면목을 알고, 어떻게

            는 신사를 일반적으로 팔번궁(八幡宮, 하치만구우)                  해서든 한반도로부터 진씨를 비롯한 선진문화

            라고 부른다. 물론 팔번신사(八幡神社, 하치만진쟈)                 들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라고 하는 곳도 있다. 팔번궁의 총본궁인 우좌                    마음에 억지를 부리는 듯하여 안쓰럽기까지 하

            신궁(宇佐神宮, 우사진구우)에서는 팔번신사(혹은 팔                 다. 그럼 이렇게 일본 고대사에 있어 매우 강력

            번궁)의 갯수가 4만 개가 넘는다고 이야기하고                    한 영향력을 미친 호족, 진씨는 과연 어떤 호족
            있으며, 어느 팔번궁의 홈페이지에는 일본 전                     일까?

            체 신사의 약 48%가 팔번신을 모시는 신사라
            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일본 문화의 저변에 깔려있는 진씨 일족의 흔적

            고 여겨지는 도하신사(稲荷大社, 이나리진쟈)의 총                   일본어로 하타씨라고 불리는 진씨 일족은 일

            본사인 복견도하대사(伏見稲荷大社, 후시미이나리                    반적으로 신라에서 넘어온 호족으로 알려져 있
            타이샤)에서는 일본에 존재하는 도하신사의 수                     다. 한일 고대사를 연구하는 양국의 학자들에

            가 약 3만 개라고 이야기하므로, 1위와 2위의                   게 있어 진씨 일족은 매우 흥미로운 호족이다.
            차이가 실로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지면 관계상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으나,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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