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대한사랑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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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퉁 지역에 설치되었다.                                 이름도 황족 명부에서 지워버렸다. 그는 병력

              거란은 송과 고려, 서하와 때때로 전쟁을 벌                   도 없는 상황에서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려는
            이기도 했으나, 대체로 평화로운 관계를 유                      무모한 고집을 부렸다. 1125년 금나라의 공격

            지하였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만주의 여진족                      으로 도주하던 천조제는 금나라 군대에 붙잡

            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몰락의 길로 들어섰                     혀 금의 중도(中都)에 구금되었다. 오늘날의 베
            다. 거란의 마지막 황제인 9대 천조제(天祚帝, 재                 이징시 지역인 중도에는 송나라의 마지막 황제

            위 1101-1125)는 여진족에게 해동청(매), 진주, 담            인 흠종도 붙잡혀 와 있었다. 두 사람은 격구
            비가죽 심지어 미녀까지 바치라는 요구를 하였                     (말을 타고 공을 치는 경기) 시합을 벌였는데, 흠종

            다. 옛 흑수말갈의 후예인 생여진(生女眞)의 완                   은 낙마하여 말들에 밟혀 죽고 천조제는 그 틈

            안부 출신인 아골타가 이러한 가혹한 요구에                      을 타서 도망치려다 금나라 군의 화살에 맞아
            분노한 여진족을 규합하여 1115년 금나라를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세우고 거란을 공격하였다. 천조제는 여진의
            공격을 물리칠 수 없자, 장춘과 요동을 넘겨주                    카라 키타이

            고 매년 은과 비단 25만 냥을 바치는 조건으로                    거란 제국의 치욕스런 멸망 과정에서 야율대

            강화를 하였다. 그러나 이 평화는 오래 지속되                    석이라는 인물이 눈에 띈다. 그는 거란 황족 출
            지 않았다. 아골타는 송나라와 손잡고 요나라                     신으로 야율아보기의 8대손이다. 젊었을 때부

            상경을 공격하여 함락시켰다. 천조제는 서쪽으                     터 중국의 학문도 익혀서 과거 시험에 급제하

            로 도주하였고 남경의 신하들은 거란 7대 황                     여 한림원의 승지가 되었다. 그때는 야골타가
            제의 손자인 야율순을 새로운 황제로 옹립하                      금나라를 세우던 시기였다. 문관이었지만 북요

            였다. 천조제는 친왕(親王)으로 지위가 격하되었                   (北遼) 시기에는 해족 출신 장군 소간과 함께 군

            다. 연운16주, 요서 및 요동 등 야율순의 통치                  대를 이끌고 송나라의 침공을 격퇴하기도 하였
            하에 있던 지역은 ‘북요(北遼)’라 불렸다. 야율순                 다. 그러나 결국 금나라 군대에 의해 남경이 함

            이 즉위한 지 백일도 되지 않아 병사한 후 송의                   락되자, 그는 7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서쪽으
            휘종은 군대를 보내 남경을 공격하였으나 실                      로 가서 천조제를 만났다. 천조제가 금나라에

            패하였다. 곧 아골타의 금나라 군대가 남경으                     빼앗긴 영토를 되찾겠다고 무모한 고집을 부리

            로 들이닥치자 야율순의 부인이었던 섭정 덕비                     자 야율대석은 그를 떠나, 자신을 따르는 수백
            와 당시 군대를 지휘하던 야율대석(耶律大石)은                    명의 무리를 데리고 고비사막을 건너 천산 지

            서쪽으로 달아나 천조제를 서하 변경에서 만났                     역의 베슈발리크로 왔다. 그곳에서 야율대석은
            다. 그러나 천조제는 덕비를 죽이고 야율순의                     위구르, 몽골의 메르키트, 옹기라트 등 여러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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