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대한사랑 14호(2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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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오토)가 일본의 수도였던 평안시대(平安時代) 중기에 쓰여진 『침초자(枕草子)』에
도 ‘나무가 한 그루 밖에 없는데 왜 모리(森)라고 하는 것일까’라는 구절이 보
여 이 질문이 아주 오래된 질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단순히 숲이 있어서
신사를 모리(森)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일본 [신사문화연구회] 주재인 미쓰하시 타케시(三橋健, みつはし たけし)는 모리
라는 말은 ‘발을 들이는 것이 금지되어있는 땅’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 해석이 단순히 현상으로부터 유추한 뜻일 뿐, 진정한
이름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모리’라는 말이 한국어의
가장 높은 곳, 신성한 곳을 뜻하는 ‘마리’, ‘머리’가 변형되어 정착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신성한 곳을 뜻하기 때문에 결국은 아무나 발을 들이면 안 되
는 땅이 되는 것이다. 이 ‘모리’가 숲을 뜻하는 단어가 된 이유도 한국어에서
도 ‘마리’가 인체에서 가장 높은 곳, 중요한 곳이라는 의미로 ‘머리’로 변형되
고, 머리카락이 빽빽하게 난 곳을 협의로 머리라고도 하듯이, 나무가 빽빽하
게 자란 곳을 ‘머리(일본어는 'ㅓ'발음이 없으므로 'ㅗ'가 되어 모리가 된다)’라고도 표현
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신도 문화가 원래부터 한국인이 생활하던 것이기 때
문에 고신도에서부터 사용된 문화적인 표현은 한국어를 알아야 그 비밀이 풀
리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한다.
일본은 남이 아니다
이처럼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단순히 한국인이 넘어가서 일본인에게 한국
의 문화를 전수한 것이 아닌 한국인이 일본 땅에 넘어가서 살다가 자연스럽
게 일본이라는 나라가 탄생하여 분가한 한 배에서 나온 형제이다. 그리고 그
근원 자리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신교 문화, 일본의 신도 문화인 것
이다. 앞으로 우리는 일본의 신도 문화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우리도 잃어버
린 우리의 원형 정신 문화가 일본에는 어떻게 살아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한국과 일본이 근대의 아픈 상처를 정치적으로 반복해서 이용하
면서 서로를 미워하게 하는 관계를 벗어나 마음으로부터 서로를 이해하고 힘
을 합쳐서 새로운 시대를 함께 주도해 가는 관계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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