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대한사랑 14호(202502)
P. 77

2025. 2



                        애의 후손들에게 계속되었고 그로 인해 범씨들은 벼슬을 찾지 않았다.” 고 했
                        다. 필사된 『화동인물총기』와 『화해사전』을 복애의 증손, 7세 범석희가 은밀

                        하게 성삼문·박팽년 두 분에게 보이니 입을 모아 “공자의 춘추를 이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후일 퇴계 이황이 이르기를 “국가만세에 마땅히 복애와 운

                        곡의 말을 쫓아야 한다” 했고, 상촌 신흠 또한 “우·창 왕의 사실은 마땅히 운
                        곡과 복애의 양필을 신사(信史)로 삼아야 한다”고 치하한 것을 보면 복애의 진

                        실을 밝히려는 역사의식을 실감할 수 있다. 『화동인물총기』를 연의한 정주영
                        박사는 『화동인물총기』를 역사철학적 의의로 보면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해
                        당될 수 있다고 했다. 『화동인물총기』는 전(前) 삼국과 후삼국의 종합된 문화

                        사적 가치관을 고려 인물을 통해 조명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금서로 끊
                        임없는 위협 속에서 500여 년을 복애의 생애처럼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중

                        국에서는 면면한 학맥을 이었고, 학자가 끊이지 않아 그 행장이 널리 타성의
                        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조에서 금성 범씨 중 큰 벼슬이 없는 것은 우
                        연한 연고가 아니다. 한국사의 굴곡 속에 일제 36년까지 겪어야 했고 광복이

                        되면서 비로소 『화동인물총기』는 자유로운 시대를 만났다. 그러나 나라의 동
                        란 등 큰 역경을 이기고 출판된 시대적 상황으로 주목받지 못한 채 오늘에 이

                        르고 있다.


                        범세동의 학문적 성향
                          한 인물의 사상검토를 하려고 할 때 1차 자료는 그가 직접 집필한 책을 읽

                        어야 한다. 범세동의 학문의 성향은 두 가지로 논의 가능하다. 첫째는 성리학
                        자의 면모이며, 둘째는 선가(仙家)의 면모이다. 성리학자의 면모로는 『화동인

                        물총기』와 『화해사전』을 보면 알 수 있다. 『북부여기』 와 『천부경 주해』를 보
                        면 한민족의 고대사를 중시했던 그의 선가적 성향을 알 수 있다. 『화해사전』

                        은 화해사(華海師) 신현과 관계된 기록이다. 신현은 원 간섭기에 활동했던 인물
                        인데, 그는 충선왕·충숙왕·충혜왕과 원나라의 제4대 인종(1285년~1320)과 명태
                        조(1328~1398)의 빈사(賓師)를 지냈다고 한다. 그의 성리학 강설을 들은 명 태조

                        는 “진정한 스승을 만났다”고 하며 ‘불훤재’라는 호를 지어주고 ‘화해사’라는
                        경칭을 주었다. 신현은 역동 우탁 선생에게 수학[정자(程子)와 주자(朱子)를 배움]했

                        고, 이후 이색·정몽주·원천석·범세동 등이 그의 문하에 들었다. 저우성춘(周生


                                                                                              77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