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대한사랑_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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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에 노리쿰(오늘날의 오스트리아에 위치한 로마의 속 없었다. 게르만족 병사들이 땅을 달라고 요구
주)의 유명한 성자 성(聖)세베리누스를 방문하였 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레스테스가
다. 지혜롭고 신통력 있는 것으로 소문난 성세 보기에 이탈리아 땅의 1/3을 달라는 게르만 용
베리누스는 자신을 찾아온 젊은 오도아케르의 병들의 요구는 지나친 것이라 들어줄 수 없었
인물됨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전해지는 말에 다. 요구가 거절되자 게르만 병사들은 폭동을
의하면 그는 오도아케르에게 다음과 같이 충 일으켜 오레스테스를 죽이고 스키리족 장교인
고하였다. “이탈리아로 가거라. 너는 지금은 초 오도아케르를 자신들의 왕으로 세웠다. 이리하
라한 옷을 입고 있지만, 곧 많은 사람들에게 귀 여 오도아케르는 졸지에 왕이 되었다.
한 선물들을 주게 될 것이다.”
오도아케르가 이탈리아로 게르만족 병사들 이탈리아 왕 오도아케르
을 이끌고 온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대장군 오 권력을 잡은 오도아케르는 오레스테스의 아
레스테스는 네포스 황제를 축출하고 자기 아 들인 어린 황제를 죽이지 않았다. 어린 황제 로
들을 황제로 세웠다. 그런데 오레스테스는 게 물루스에게 연 6,000 솔리두스의 연금을 주고
르만 용병들이 정착할 땅을 요구하자 그 요구 나폴리 근처의 성으로 보내버리는 것으로 그
를 거절하였다. 동로마 역사가 프로코피우스 쳤는데, 새로 권력을 잡은 사람이 전임 황제를
에 의하면 당시 게르만 병사들은 이탈리아 땅 죽이는 일이 다반사였던 로마에서는 보기 힘
의 1/3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일부 역사가들에 든 관대한 조처였다. 솔리두스는 로마의 금화
의하면 그들은 땅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 땅 를 말하는데, 요즘의 금 시세로 6,000 솔리두
에서 나오는 세금을 요구한 것이라 한다. 좌우
간 게르만 용병들은 자신들이 이탈리아를 지켜
주는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갈리아에서는 점
령자인 프랑크족이 그렇게 갈리아 땅을 받았다
고 하는데, 이탈리아 용병들도 갈리아 소식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갈리아의
프랑크족과 같은 대우를 요구한 것이다. 당시
로마 제국에는 정규군은 무너지고 거의 존재하
오도아케르가 라벤나에서 주조한 솔리두스 금화
지 않았다. 게르만 용병들만이 그 자리를 차지 앞면(왼쪽)의 명문은 라틴어로 ‘우리의 주인 영원한 아우구스투스
제논’이라는 뜻으로 오도아케르가 제논 황제의 이름으로 이탈리아
하고 있었는데, 로마 제국은 이 게르만 병사들 를 통치했음을 나타낸다. 뒷면의 명문은 ‘황제들의 수호자 승리의
여신’을 나타낸다. COMOB는 금화가 주조된 지역의 이름이다.
에게 급료를 꼬박꼬박 지불할 재정적 능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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