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대한사랑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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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이군(不事二君)
불사이군의 절의를 지킨 충신은 역대로 많았지만, 농암처럼 고려의 신하였기에 조선
의 땅이 되어버린 고국을 떠나 국외로 몸을 숨긴 예는 드러나지 않는다. 농암의 절의는
기자(箕子), 백이·숙제(伯夷·叔齊), 여말의 삼은(三隱)에 비유 되었으나, 그의 지덕은 “우리
동국 천고에 한 사람 뿐”이라고 조찬한의 제문에 나와 있다.
농암이 충신불사이군의 절의를 지키며 조선의 땅을 밟지 않겠다는 굳은 충절의 시가
있다.
去時辭舊主(거시사구주)
떠날 때는 옛 임금을 작별하고
啣命朝帝闕(함명조제궐)
명을 받들어 황제를 배알 했네
來時開新主(내시개신주)
돌아오니 새 임금이 들어섰으니
此江不可越(차강불가월)
이 강을 건너지 못하겠네
그리고 명나라로 들어가면서 남긴 시는 명나라에 몸을 숨기며 사는 것조차도 불충으
로 생각한 농암의 충절을 알 수가 있다.
手持高麗節(수지고려절)
손에는 고려의 절개를 잡고
口食天朝祿(구식천조록)
입으로는 명나라의 곡식을 먹네
有是首山嶽(유시수산악)
이것이 수양산이로구나
無飢也非惡(무기야비오)
굶어 죽지 못함이 한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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