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대한사랑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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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한 칸국
제2 돌궐 제국을 멸망시킨 세 부족 가운데 하나인 카를룩 부족 역시 위구르와 마찬
가지로 투르크계였다. 카를룩은 원래 알타이 산맥 근처 초원에서 살았으나 위구르가
강성해지면서 점차 서쪽과 남쪽으로 이동하였다. 이들은 텐산 북쪽의 ‘세미레체’ 지역
을 장악하였는데, 세미레체는 ‘칠수(七水)’ 즉 일리, 추, 탈라스 등 일곱 강이 흐르는 지역
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카를룩은 탈라스 전투(751년)에서 당나라 고선지 장군의 군
대를 배반하고 아랍군 편에 가담함으로써 전투의 승패를 갈랐다. 당시 카를룩 연맹의
우두머리는 위구르 카간의 야브구로, 형식적으로는 위구르 제국에 복속되어 있었다.
카라한 칸국(840-1212)은 이 카를룩 부족이 세운 나라인데 그 건국자는 위구르제국의
야브구였던 빌게 퀼 카디르이다. 중국 사서에는 그의 이름이 ‘골력배라(骨力裴羅)’로 나온
다. 그는 위구르 제국이 멸망하자 독립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웠고, 야브구라는 칭호 대
신 ‘카라한’이라는 새로운 칭호를 사용하였다. ‘카라’는 투르크어로 ‘검다’는 뜻이지만,
‘용감하다’는 의미도 있다. 그는 돌궐 제국의 후예를 자처했는데, 돌궐의 왕가였던 아
사나 씨족 출신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로부터 시작된 카라한 왕조는 유목민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을 따라 나라
를 동서로 분할 통치하였다. 동쪽의 카간은 ‘아르슬란 카라 카간’이라 하고, 서쪽의 카
간은 ‘부그라 카라 카간’이라 하였다. 아르슬란은 사자를 말하고, 부그라는 수낙타를
뜻한다. 빌게 퀼 카디르 카간의 장남 바지르는 ‘사자왕’ 즉 대칸으로서 발라사군을 수
도로 삼았고, 동생 오굴차크는 ‘낙타왕’으로서 탈라스에 수도를 정했다. 두 도시는 모
두 오늘날의 키르키스스탄에 있다.
카라한 왕조는 창건자의 손자인 사투크 부그라 칸(927-955) 때부터 이슬람으로 개종
하였다. 사투크는 투르크 군주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이슬람으로 개종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인근의 무슬림 상인들이 가져온 물건뿐 아니라 그 상인들이 신
봉하는 이슬람에도 큰 관심을 가져, 이슬람을 공부하였다. 비밀리에 이슬람으로 개종
한 그는 칸의 자리에 오르자 이슬람을 합법적 종교로 선포하고 백성들에게 이슬람을
믿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별 반응이 없자 강권을 동원하여 강제로 개종을 추진했고, 이
슬람을 거부하는 발라사군의 대칸을 상대로 성전을 일으켜 승리했다. 이후 이슬람을
국교로 선포하였다.
카라한 칸국은 같은 이슬람 국가였음에도, 국경을 접한 이란계 사만 왕조와 10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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