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대한사랑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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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았는지, 그리고 이 유목민의 나라가 중세를                     르족은 다뉴브강을 건너서 200km 이상 떨어

            거치며 어떤 중요한 변화를 겪었는지 간략히                      진 남쪽의 바르나까지 진출하였다.
            살펴보고자 한다.                                     불가르족이 진출한 지역은 남쪽에 동서로 길

              아스파루크와 그의 무리가 다뉴브 델타 지                     게 뻗은 발칸산맥(당시에는 하에무스 산맥이라 불렸

            역에 정착한 시기는 670년경이었다. 당시 비잔                   다), 북쪽에 다뉴브강, 동쪽에 흑해가 있었다.
            틴 제국의 황제는 콘스탄티노스 4세(재위 668-                  방어하기에 매우 유리하다고 판단한 불가르족

            685년)였다. 황제는 다뉴브 국경 지역에 ‘더러운                 은 이곳을 아예 자신들의 근거지로 삼았다. 불
            족속’이 정착하여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던 인                     가르인들은 그 주변에 살고 있던 7개의 스클

            근 지역을 약탈하고 점령하였다는 보고를 받                      라비네 부족을 정복하여 공납을 바치도록 하

            았다. 그는 이 새로운 적을 소탕하기 위해 대규                   였다. 불가르족은 이들을 서쪽과 남쪽 국경 지
            모 군대를 파견하였다. 그 자신도 직접 군을 이                   대에 배치하여 국경수비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끌고 불가르인들이 정착한 ‘오글로스’ 즉 오늘                    당시 불가르족은 오늘날 불가리아 땅의 북쪽
            날의 도브루자 지역으로 향했다. 대규모의 비                     절반을 차지하였으며 남쪽으로는 비잔틴 제국,

            잔틴 군대가 접근하자 불가르인들은 요새 안                      서쪽으로는 발칸의 아바르 제국과 국경을 접

            으로 피신했고,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                    하였다.
            다. 오글로스는 다뉴브 델타 지역이라 소택지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스 4세 황제는 결

            로 둘러싸여 있었다. 제대로 된 전투를 하지 못                   국 불가르족과 평화협정을 맺었다.(681년) 당시

            한 채 며칠이 흘러갔는데, 갑자기 콘스탄티노                     소아시아에서 아랍인들의 공세가 계속되어 심
            스 황제의 지병인 통풍이 악화되었다. 그는 5                    지어 수도인 콘스탄티노플도 위협받을 정도였

            척의 드로몬(갤리선)을 이끌고 남쪽 흑해 연안의                   기 때문이다.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정복을 인

            메셈브리아로 퇴각하였다. 그곳에 온천이 있어                     정받았던 아스파루크의 뒤를 이어 그의 아들
            온천욕으로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서였다. 황제                     테르벨(재위 700-721) 칸은 비잔틴 제국과 우호

            는 떠나면서 남은 군대에 불가르족을 유인해내                     적인 관계를 유지하였다. 불가르족은 동방 유
            어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비잔틴                     목민이라서 우두머리를 ‘칸’이라 불렀다. 테르

            군대 내에서 황제가 도망쳤다는 소문이 퍼졌                      벨 칸은 심지어 반란군에 의해 쫓겨났던 비잔

            고, 이에 놀란 병사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도망                    틴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2세를 도와 그 제위
            치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이 공격을 하지 않았                     를 되찾게끔 군사적 및 재정적 지원을 하였을

            는데도 도망치는 비잔틴 군대를 보고 불가르                      정도로 비잔틴 제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
            족은 요새에서 나와 이들을 추격하였다. 불가                     였다. 그는 그러한 지원에 대한 대가로 유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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